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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각은 자유> 2017.05.23~2017.06.17 두산아트센터 SPACE111
2017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갈등'이었습니다. 갈등이 없을 때가 있나 싶지만, 당시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갈등이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검열과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부터 가시화된 젠더 폭력이 뜨거웠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유럽은 테러와 전쟁으로부터 탈출한 난민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생각은 자유>는 오래도록 한국의 근현대사 속 개인에 초점을 맞췄던 작/연출가 김재엽이 1년간 독일 베를린에서 경험한 감각을 연극적 언어로 옮긴 작품이었습니다. 이방인이 되어서야 느끼는 '세계인'으로서의 공감이 무대에 있었습니다. 난민의 얼굴, 공존의 물리적 방법, 예술의 역할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세계인'만큼 커다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작품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것들을 어떻게 한국에 장착시킬 것인가. 간호사와 광부로 독일을 선택한 부모 세대,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의 혼란을 겪는 자녀 세대, 미래를 상징하는 다음 세대로 펼쳐진 이야기는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이즈음 바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난민 어린이의 이미지가 여러 극장에서 발견되곤 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각자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졌으리라 생각됩니다. 8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하 스스로 질문해봅다. 전쟁은 더 늘어났고, 이민자들이 감각하는 공포는 더 심각해졌으며,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에 노출되는 문제들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잦은 국내외 갈등에 무뎌지는 저를 자주 발견합니다. 그래서 이런 공연들을 볼 때마다 쉽게 허무해지곤 합니다. 정작 질문하고 알아야 할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만 애쓰는 것 같아서,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불어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과연 나는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따라옵니다. 그 답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런 무력감을 양지에 꺼내놓고 함께 나누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고요. 여러분들은 이 무력감을 잘 갈무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최근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티브 크루가 만든 댄스 필름이 떠올라서 첨부해 둡니다.
또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