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호러쇼>는 1973년 미국에서 초연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컬트 뮤지컬입니다. 공연은 순진한 자넷과 브래드 커플이 자동차 고장으로 프랑큰 퍼터의 대저택을 찾아오며 시작됩니다. 자넷과 브래드는 독특한 외형의 여러 인물을 만나고 점점 이들의 괴상한 파티에 스며듭니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우고, 자넷과 브래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죠. 뮤지컬은 1975년에 영화 <록키호러픽쳐쇼>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한국어 프로덕션 공연은 초연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03년에 시작됐습니다. 이후 2005년, 2008년, 2010년, 2017년, 2018년, 2019년에 공연됐어요. 2010년 공연은 내한공연이었는데요. 호주에서 활동하는 흑인 배우 후안 잭슨이 프랑큰 퍼터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죠.
사실 저에게 <록키호러쇼>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영화로 시작해 공연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쭉 따라왔지만요. '외계인'이라는 낯선 설정, 개연성을 찾기 어려운 서사, 독특한 캐릭터와 파격적인 의상까지. 처음 봤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것 같아요. 2017년 오루피나 연출가 버전으로 리바이벌되면서는 객석의 호응이 작품의 일부가 됐죠. 맘껏 즐기는 관객들과는 달리 저는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 있었어요. 제 안의 틀을 깨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겠죠. 자꾸만 진짜 마음을 감추는 습관이 여기까지 침범한 듯합니다.
2025년, <록키호러쇼> 앞에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봤어요. 시공간을 가볍게 넘나들고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콘텐츠에 익숙한 분들은 '외계인'을 주장하는 프랑크 퍼터가 대수롭지 않을 듯합니다. '젠더리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이때, 인물들의 외형도 더는 특별하지 않을 테죠. 하지만 여전히 '파격'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은 '솔직함'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위치한 어느 곳에서든 끊임없이 가면을 쓰는 게 인간이니까요. 뮤지컬 <록키호러쇼>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번에는 가면의 덧없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지네요. 더불어 그동안은 쑥쓰러워서 못 했던 '타임워프' 춤도 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또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