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욕망을 발견하게 하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었어요. 칠곡군 할머니들의 한글 공부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가시나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의미도 있고 뭉클하지만) 그저 그런 신파가 아닐까 했습니다. 그런데 뮤지컬은 일부 차용한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 위로, 할머니들의 과거에 살을 붙이고 이들의 관계를 탄탄하게 다지고 음악과의 유기적 작업을 통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공연을 보고 며칠 전 서울시극단의 <코믹>으로 만난 임도완 연출가님의 이야기도 떠올랐어요. 일상을 다룬다고 해서 그 상태를 그대로 무대에 올릴 순 없다. 인물은 튀겨져야 한다고.
무엇보다도 할머니들이 시골에서 태어난 여성이라고 분했던 과거에 잠식되지 않고 시를 쓰며 현재의 기쁨을 만끽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지지고 볶더라도 그것을 혼자 하지 않고 하나의 공동체로 완성한다는 점도요. 트로트처럼 익숙한 장르도, 아리아 같은 발라드도, 한국말의 리듬감을 살린 김혜성 작곡가의 곡들도 참 좋았습니다. 대본과 음악과 연기와 연출이 꼭 맞아서 ‘노인’이라는 소재의 다양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니 시간 되시면 공연 보러 가세요. 2월 27일까집니다만…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배워야겠다, 고 다짐했습니다. 저의 한계를 마주한 지는 꽤 오래고, 배움의 필요성도 자각하고, 심지어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도 얘기했지만, 실천을 안 했거든요. 할머니들과 함께한 선생님과 PD가 매너리즘을 지워가듯, 저도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 합니다. 그저 애정에만 기대 일을 했던 것 같고, 이론과 논리가 부족한 듯하여 세종문화회관 아카데미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도 마감 지킬게여ㅠㅠ (생각보다 주변 분들이 많이 읽고 계셔서 놀랐습니다.) 매번 시작만 거창하고 끝이 없는 말들만 뱉어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반성으로 마무리합니다. ㅎㅎ
며칠 전 심한 감기를 앓아 수액의 힘으로 살아났습니다.
남은 2월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