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 작가의 소설 『GV 빌런 고태경』, 읽으신 분 계신가요? 'GV 빌런'이라 불리는, 질문을 가장해 자신의 영화적 지식을 뽐내고 해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객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빌런'이라는 단어처럼 소설은 경멸과 조롱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문으로 이어지죠. 왜 저런 질문을 할까? 고태경은 어떤 사람일까? 전 애인 앞에서 굴욕적인 질문 폭격을 받은 영화감독 조혜나는 그의 실체를 까발리겠다는 복수의 마음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GV 현장과 일터, 고태경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100번째 수정했다던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를 찾아다닐 때도 함께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혜나가 발견하는 것은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소설이 연극으로 만들어졌어요. 소설의 서사를 그대로 따르지만, 고태경과 박종현 등 주요 인물을 여성으로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이 더해졌습니다. 궁극적으로 연극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좋아한다'는 마음 때문에 생겨나는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어둠이 자꾸 눈에 들어왔어요. 그건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나 실패와는 상관없는 일이더라고요.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래요.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기회를 갈망하고. 그것이 자신의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절망은 정확히 좋아하는 마음만큼 깊어요. 그 마음의 간극이 잘 나가는 동기의 성공을 깎아내리고, 과거를 고수하는 이를 '화석'이라 부르고, 상대의 성과를 온전히 축하하지 못하게 합니다. '내가 쟤보다 나은데'와 '나는 왜 이래'를 오가는 싸움은 언제 끝날까요. 수시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생겨나는 열등감이 유난히 한국인에게서 자주 발견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에 있어서 질투가 좀 많습니다. 누군가의 결과물들을 지켜보며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입 밖으로 내는 경험은 많지 않지만, 제 안에는 그런 리스트가 상당히 많아요. 한동안은 책을 내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요즘은 공연 유튜버들이 그렇습니다. 대체로 이런 시기 질투는 '나도 하고 싶지만 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라는 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실 자기혐오에 가깝습니다. 자아실현도 가치도 돈도 피드백도 모호할 때, 무엇을 바라보고 가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소설과 연극은 "삶은 언제나 실망스러운 노굿, 하지만 때론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저와 같은 고민이 무대 위에 있어서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질투'를 소재로 짧은 글도 썼으니 다행이다 싶네요. 연극 <GV 빌런 고태경>은 6월 30일까지 공연됩니다.
제목에 쓴 "질투가 바늘처럼 솟아올라"는 MBC <메리대구 공방전>의 대사입니다. 참 좋아했던 드라마였는데요. 벌써 17년 전 작품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 작품의 메리와 대구도 뮤지컬배우 지망생과 무명작가였어요. 좋아하는 것을 잘 하고 싶어 했던 이들의 이야기에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ps. 또 마감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약속을 자꾸 못 지키네요. 죄송합니다.
2주 후 월요일에는 꼭 다시 올게요. 😭 |